[천자칼럼] 오슬로의 빈 의자

입력 2023-10-08 17:51   수정 2023-10-09 00:16

2010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는 수상자가 참석하지 못하자 수상자의 대형 사진을 걸고, 빈 의자에 메달을 수여한 뒤 시상식장에 있던 전원이 3분 동안 기립박수를 쳤다. 당시 수상자는 중국 인권·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류샤오보였다.

수감 중이던 그는 부인에게 대리 수상을 당부했으나, 중국 정부가 부인은 물론 모든 일가친척과 중국 내 인권운동가 등 수백 명을 출국 금지시켰다. 노벨위원회는 해외의 중국 인권 운동가에게 대리 수상시킬 수도 있었지만, 중국의 인권 탄압과 류샤오보의 저항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오슬로의 빈 의자’ 상황을 연출했다.

투옥 중 노벨상을 받은 첫 인물은 반나치 운동의 선봉에 섰던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다. 그가 수용소에서 고문으로 이빨이 뽑히고 다리가 부러지는 극한의 고통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인슈타인, 로맹 롤랑, 토마스 만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석방과 노벨평화상 수여를 촉구했다. 노벨위원회는 독일의 무력 개입 눈치를 보느라 선뜻 수상자로 결정하지 못하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직전 독일이 국제 여론을 의식해 오시에츠키를 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보고는 193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소급 선정했다.

오시에츠키 역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히틀러는 오시에츠키 선정 소식에 대로해 독일인들이 노벨상을 받거나 받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금지했다. 노벨상 메달 압수를 피해 메달을 왕수로 녹인 뒤 실험실 시약 선반에서 위장 보관하다가 종전 후 금을 재추출해 노벨 재단에 보내 다시 메달로 주조해 받은 일도 있었다.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또 한 명의 옥중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그는 2011년 다섯 살 쌍둥이를 둔 채 처음 투옥된 이후 지금까지 13차례 체포돼 다섯 번째 수감 중이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란 정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를 가둘수록 우리가 더 강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노벨위원회가 이란보다 더 열악한 북한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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